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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일기: 야생 고양이 편
[2]
야생 고양이 하나가 우리 집 현관문 앞에서 멍~ 하다가 밤새 도망갔다.
제법 귀엽고 털도 부드러워 보였지만, 냄새는... 약간 그랬다.
아침에 빨래를 말리는데, 그 고양이가 또 나타나서 옷 한 장을 반으로 씹어서 챙겨갔다. 진짜로.
이젠 우리 집 현관문에 냄새가 나는 고양이가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며칠 후, 그 고야고야가 우리 집 헛간에서 자기 털을 빠는 걸 봤다. 이제는 우리 집 일원이 되었나보다.
아니, 이거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우리를 야생 상태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내일부터는 내가 그 고양이 편에 설 것 같다.
할머니, 내 TV도 고장났다던데요?
[2]
지난 주말, 집에서 게임하던 내가 갑자기 TV를 켠 이유.
지나가던 할머니가 '오늘은 케이블 TV가 고장났다고? 아하하하' 하시며 웃으셨다. 아, TV 고장났다고?
그러다 봤더니 우리 집 TV도 왜인지 흰 화면만 뜨더라. 케이블 안 했는데 어떻게 고장났다고? 누가 내 TV도 '케이블 고장났다'고 인터넷 뉴스에 쓰셨나?
지금쯤 할머니는 아마 '내가 또 틀렸다'며 혼자 중얼거리는 중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주인도 이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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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우주 공간에 있다가 지구로 돌아온 사람을 만난다고 상상해보자. 그 사람이 지구인들에게 건네는 첫 질문이 "맥락이 없어서 대화가 너무 어색한 거, 너만 느끼는 거야?"라며 당황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밖에서 볼 때는 전혀 이상 없는 표정. 마치 내가 이상한 건지, 그가 이상한 건지 분간할 수 없는 그런 표정. 우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서인지, 대화에 대한 기대치가 완전히 바뀐 듯하다.
지구인은 "지구인은 맥락 없이 말도 잘 걸어요!"라고 말했지만, 우주인은 "우주에서는 모든 말이 맥락 중심이야. 갑자기 '고양이 귀여워~' 같은 건 죄로 다루지."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결국 그 우주인은 지구인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는 대화가 계속 '맥락 탐지 모드'로 전환되었다. "오늘 날씨 좋은가요?"라는 말에도 "지난 주보다 3% 개선됨"이라고 답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집에서 외계인이 놀고 있다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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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 혼자서 '외계인 친구'랑 놀고 있네.
집에 놀러 온 손님이 없는데도, 왜인지 TV 켜면 외계인처럼 낯선 표정으로 나를 마주 본다. 손만 깨끗히 하면 즉석에서 외계어 통역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장 신기한 건, 외계인 친구는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거. 말은 들리는 것 같고, 말은 안 들리는 것 같고. 대답은 항상 이진수로만 한다.
'어서 와~' 하고 인사하면, '으음...', '야 너 어디 사니?' 하면 '글쎄...'.
혹시 우주인이랑 지구인 사이의 갈등이 우리 집에까지 번진 건 아닐까?
아, 내 마음속에 떠다니는 외계인 친구야, 네가 누군지 궁금한데, 먼저 말 걸어줘~
세금을 신고하는 날, 나는 연말정산을 했다.
[2]
오늘은 연말정산 신고일이다.
나는 어제 하루 종일 앉아서 인터넷 쇼핑만 했다. ‘정산 전에 다 써버리자’ 심정.
세무서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하려는데, 갑자기 ‘정신 차리고 세금 신고하라’는 음성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부모님이 뒤에서 혼내시는 것처럼.
어쨌든 내 세금 신고란 건 ‘이번 달에 몇 번 외식했는가’보다 중요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다음 연말은 세금 신고 대신 ‘내년에 돈 아끼는 방법’ 강의를 신청해야겠다 싶었다. 수강료는 내년 예산에서 빼자.
주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2]
내가 사장님한테 '이번 주말은 꼭 휴식 낼게요~'라고 했거든.
그러자 사장님이 대답하시길, "아, 그렇군요.
그렇게 하세요."
다음 날 출근하면 사장님이 "오늘도 캐미 잘 드러내셨네요.
아참, 주말에는 회의 자료 챙겨두세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토요일에 "내일 일찍 와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내가 되었다.
주말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일의 틈새에 잠이 깨는 짧은 순간이다.
월요일 아침이 끝나버린 이유
[2]
금요일 저녁, 나는 애인에게 물었습니다.
‘야, 이거 일요일에도 자러 올 거야?’
그녀가 대답하길, ‘네, 주말에만 자러 올 수 있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 갑작스럽게 삶의 목적을 얻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서 주말에 자러 가야 해?'
월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왠지 모르게 월요병이 아니라 '내 삶의 목적상 탈출 실패'라는 감정이 밀려옵니다.
결국 일요일 밤, 나는 그녀에게 전화했습니다.
‘야, 월요일도 자러 올 수 없을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그럴 생각이면, 그냥 평일에 자러 와.’
인생 속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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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퀴벌레도 와이파이 잡아요. 그런데 저는 인생의 본질인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서 너무 답답하던 날, 집에 불을 지르는 바퀴벌레의 위엄을 보고 절망을 느꼈습니다.
바퀴벌레가 높은 속도로 전기 박스를 타고 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인생은 이 바퀴벌레의 100분의 1도 못 따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처럼 보였어요. 인생은 빨리 가고, 나는 느리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바퀴벌레는, 인생의 정수인 전기 플러그를 향해 도망치듯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속도보다는 지혜를 추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바퀴벌레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하철에서 발견된 여름철 특유의 착각
[2]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지하철에서 여름을 과감하게 맞이하신 분을 만나셨나요? 한 분은 그냥 옷을 안 입으셨을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여름 휴가 스타일링으로 출근하셨다고 합니다. 타이트한 수영복 위에 네온 점퍼까지. 탑승한 승객들 모두가 그분을 보며 ‘이 분은 누구시지?’라고 속삭입니다.
운전기사분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계시더라고요. 분위기는 마치 ‘아이스버그가 바다로 가는 것’처럼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웠습니다. 한 승객이 ‘오늘 기온이 40도라고 하던데 맞다 보이네요’라고 말하자, 그분은 웃으며 '오늘은 휴가 모드로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정거장마다 승객들이 사진 찍는 줄 선 거 아셨나요? 한 분은 '정말 여름이 왔구나'하면서, 그분이 내리시자마자 ‘이 분은 어디로 가는 거죠?’라고 물으셨다고 합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여름은 끝나지 않아요. 당신 마음속에요!'
회사에서 보내준 강의, 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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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직한 날 HRD센터에서 보낸 안내서에 '신입 사원은 사내 온라인 훈련을 수료해야 합니다'라고 써 있었다.
이건 말로 설명하면 '네가 쓸 일도 없는데 다 배우라'였다. 엑셀 수식 1000개를 외우는 법부터, 회사 내부 서버의 작동 원리까지. 다 좋다. 하지만 그 중 90%는 실제 업무에서 쓰일 일이 0.0001%도 없었다.
한동안 이 강의들을 '회사에서 나를 존중하는 표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쓰지도 않는 강의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직원이 회사의 규칙을 따라주기를 바라는 거였구나'라고 깨달았다.
이제 나는 '존중' 대신 '이해'를 선택했다. 강의는 2배 속도로 돌리고, 회의는 5분 전에 입장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회사에서 살아남는다.
